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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김씨는 왜 망치를 들고 건물주를 쫓았을까?
합법적 임대료 폭력을 막을 법안은 야당의 반대로 아직도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서울의소리 기사입력  2018/06/09 [12:35]

서울 한복판에서 망치를 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쫓는다. 도망치는 사람은 건물주 이씨, 쫓는 사람은 세입자 김씨다. 김씨는 결국 이씨를 둔기로 가격했고 체포됐다. 경찰은 김씨를 특수상해 및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사람이 사람을 둔기로 때렸다는 사실에 별달리 옹호할 수 있는 말은 없다. 하지만 이상하다. 세입자가 대낮에 망치를 들고 눈이 벌게져서 건물주를 쫓았다는 일은 아무래도 ‘그냥’ 벌어질 일은 아니다.

 

김씨가 세입자로 있는 서촌 궁중족발의 ‘분쟁’은 햇수로 3년 째다. 그리고 아래는 궁중족발에서 3년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에 대한 간단한 기록이다.

 

건물주가 바뀌고 행복은 깨졌다

 

김씨 부부가 서촌에서 궁중족발의 문을 연 건 2009년의 일이었다. 김씨 부부는 서촌에 잔뼈가 굵었다. 서촌에서 20여년 간 분식점, 포장마차, 당구장 등을 운영하며 자식을 키웠다.

 

김씨부부가 궁중족발을 차리려고 들어갔던 곳은 원래 슈퍼마켓을 하던 곳이었다. 당시 서촌은 그리 붐비는 ‘핫플레이스’는 아니었기에 권리금 3천만원과 보증금 3천만원, 그리고 월 263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장사를 시작했다. 슈퍼를 족발집으로 바꾸고 시설을 개보수하는데도 6500만원 정도가 들었다.

 

첫 번째 건물주와는 별 충돌이 없었다. 김씨와 건물주는 해마다 계약을 연장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 제10조 제4항에는 별다른 재계약 없이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경우 계약이 1년 연장되는 것으로 정한다. 김씨와 건물주는 묵시적 갱신으로 계약을 이어갔다. 그러다 2015년 5월 임대료를 263만원에서 270만원(부가세 297만원)으로 인상하는 재계약을 맺는다.

″임대인이 제1항의 기간 이내에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에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1년으로 본다.”

그러던 2015년 12월, 건물주가 바뀌었다. 건물을 구입한 이일규씨는 궁중족발에 임대료 인상을 요구한다. 건물을 리모델링하게다는 조건을 걸긴 했지만 인상 금액이 엄청났다. 보증금은 1억으로, 월세는 12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하루아침에 임대료는 네배가 넘게 올랐으며 또 당장 7천여만원이 넘는 임대보증금도 새로 구해야 했다.

 

구할 수 없었다. 네배가 올랐다는 사실 말고도, 1200만원도 납득할 수 있는 액수는 아니었다. 서촌 주위에서 일 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몇 명에게 임대료의 적정성에 대해 문의해보니 한결같이 ’1200만원은 이해하기 힘든 액수’라며 손사래를 쳤다. 한 중개업자는 ”이 동네가 아무리 올랐어도, 궁중족발 지역이 장사가 잘되는 곳이란 걸 감안해도 그 액수는 너무 과하다”고 답했다.

 

결국 세입자 김씨는 임대료 인상을 거부했다. 그러자 건물주는 월세 입금계좌를 알려주지 않았다. 전화와 문자로 계좌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그리고 건물주는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이 만료되었음을 선언하고 법원에 명도(건물을 비워 넘겨주는)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씨는 세입자가 임대료 계좌를 알려주지 않자 임대료를 법원에 공탁한 상태였다. 공탁 사실을 안 이씨는 명도소송의 이유를 ‘건물의 리모델링’으로 바꾸었다.

 

2017년 8월, 법원은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다. 판사들은 ‘임대료를 4배로 올려달라는 건물주의 요구‘가 무리한지나 ‘한 장소에서 7년이나 일했던 세입자가 권리금도 제대로 챙겨받지 못하고 내쫓기는 사연’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 법원은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은 5년’이라는 상임법 제10조 제2항을 들고 나오며 이미 그 기간이 지난 임차인은 건물을 비워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은 야속하게도 세입자를 딱 5년까지만 보호했다. 건물주는 합법적으로 이겼다. 2017년 10월 10일, 건물주는 법원 노무자(명도를 집행하기 위해 법원이 고용한 일종의 용역인)와 사설  용역 등 약 100여명을 동원해 퇴거를 시도했다. 궁중족발의 강제퇴거 소식이 알려지자 맘상모(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들의 모임) 회원들과 여러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퇴거를 저지했다. 충돌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집행을 저지하던 사람 중 하나의 치아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사사고가 이어지자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던 경찰과 집행관은 집행 불능을 선언하고 철수했다.

 

2018년 6월까지 총 열두번의 집행 시도가 있었다. 두 번째 집행에서 세입자 김씨는 용역의 퇴거를 거부하다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그 뒤로 2018년 6월까지 총 열두번의 집행 시도가 있었다. 두 번째 집행에서 세입자 김씨는 용역의 퇴거를 거부하다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2018년 6월, 집행관은 지게차를 동원해 집행을 시도했다. 사람이 안에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지게차는 그대로 벽을 허물었다. 자칫하면 큰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지게차가 허문 벽은 건물주의 승리를 알리는 표식이기도 했다. 더는 건물 안에서 버틸 수 없었다. 그날 밤 궁중족발 사장과 연대하던 이들은 모여 술을 먹었다. 잘 해내자고, 싸우자고 서로를 다독거렸다. 하지만 그날 밤은 유독 길었고, 세입자 김씨는 억울했고 분했던 지난 3년 간의 하루하루를 곱씹었다.

 

다음날 건물주 이씨는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데모 하지말라. 나는 바뀌는 거 없다. 내가 어느 순간 이 x새끼들 손을 한 번 봐야겠다(생각이 들었다). 다 고소할 거다. 나 돈도 있을만큼 있고. 내키면 하는 거다”는 말을 했다. 이후로도 긴 통화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날 김씨는 둔기를 꺼내들었다.

 

임대료 네배 인상 요구는 엄연한 ‘합법’

 

김씨가 겪은 일은 건물주에겐 일종의 ‘공식’ 같은 일이다. 낙후된 구도심이 갑자기 ‘핫한 동네‘가 되고 임대료가 오르자 기존 세입자나 상인들이 버티지 못하고 쫓겨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불리는 과정은 대부분 ‘합법’적으로 일어난다.

 

이 사건처럼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네배‘나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불법은 아니다. 네배를 받아들일 수 있으면 재계약을 하면 되고 아니면 나가면 된다. 그게 우리 사회에서 보장하는 ‘자유로운 계약’이다. 그러나 이 자유로운 계약에서 임차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임대인이 제시한 1200만원의 임대료는 시장가를 훨씬 넘어선 액수였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임차인은 한순간 영업 터전을 잃게 된다. 권리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임차인이 비워준 자리에는 임대인이 직접 가게를 차리거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선다.

 

물론 법이 전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임법은 임차인의 임대에 대한 ‘계약 갱신 청구권’을 보장한다. 안정적으로 가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 5년동안의 계약을 보장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임대료도 함부로 올리지 못한다. 상임법 시행령 제4조에서는 임차료를 최대 5%이상(이 조항은 2018년 1월 개정되었다. 그 이전에는 9%까지 인상이 가능했다) 올리지 못하게 되어있다.

 

문제는 5년이 지나고 나서부터다. 상임법 제10조 제2항은 임차인의 계약 갱신요구를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 5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임대료 인상 상한 폭에 구애받지 않는다. 5년 이후 임대인이 새로 제시한 계약을 임차인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해당 임차인과의 계약 갱신을 거부하면 그만이다. 1200만원이 아니라 1억 2000만원을 불러도 법에 저촉될 건 없다.

 

 

문제는 이같은 ‘임대료 인상’ 요구가 세입자를 내쫓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한 중개업자는 ”서촌에서 제일 핫한 골목 초입은 대부분 건물주가 직접 장사한다”고 이야기한다. 동네가 유명해져, 사람들이 많이 찾다 보니 직접 가게를 내 수익을 올리는 게 세를 주는 것보다 더 이득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궁중족발 현장에서 퇴거 반대를 외치며 투쟁한 맘상모 활동가 새미 씨는 건물주 이씨가 ”어차피 월세 1200만원 받을 생각이 없었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앞서 중개업자들이 이씨가 요구한 임차료 ’1200만원’이 현실적으로 과하다는 이야기를 종합해볼 때 이씨가 세입자를 내쫓을 목적으로 임대료를 1200만원으로 올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쫓아내는 과정도 문제다. 법원은 강제집행을 할 경우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12차례 반복된 강제집행에서 앞니가 부러지고 손가락이 절단되는 심각한 사고가 일어났는데도 경찰은 특별히 제지하지 않았다고 현장 사람들은 전한다. ‘경찰의 암묵적 동의’가 있기 때문에 폭력을 동반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 영상에서 보듯 마지막 강제집행 당시 ‘사람이 있다’는 고지에도 지게차는 벽을 뚫고 들어왔다. 사람이 조금만 가까이 있었으면 목숨까지도 위험할 수 있었다.
 
합법적 임대료 폭력을 막을 법안은 야당의 반대로 아직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김씨가 손을 다쳐 병원에 입원한 그 날,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의원과 우원식 의원, 제윤경 의원 등은 김씨를 찾아와 위로하며 법개정을 약속했다.

 

실제 상임법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정되기는 했다.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사건처럼 과거 법은 건물주가 재건축을 하는 경우 아무런 제한 없이 세입자를 내쫓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2013년 해당 규정은 바뀌어 건물주는 새로 계약을 맺는 임차인에게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해야만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게 바뀌었다. 임대료 증액 상한도 2018년에 9%에서 5%로 줄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폭력적 강제집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 의원은 이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10일과 이달 9일에 벌어진 서촌 본가 궁중족발 강제집행 당시 피해를 피해자 증언 후 경비업법 및 집행관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했다 / 뉴스1

 

그런데도 여전히 임대인의 계약 갱신 청구권 소멸 후의 ‘임대료 횡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지난달 14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상가상생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임대인과 임차인의 임대료 및 보증금 증감 청구 시 상대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 조정 신청이 가능하고 또 새로운 임대차 계약 시 직전 임대차계약의 임대료 및 보증금의 10% 한도 내에서만 증액이 가능하게 된다.

 

제윤경 의원은 “임대료와 보증금 인상상한이 5%로 강화됐지만 임차인내몰림 현상 완화의 근본 대책은 아니”라며 “임차인에게 협상력을 부여하는 등 보다 실효적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개정법의 취지를 설명했다.

 

제윤경 의원은 이어 “아직도 상가법은 임대인에게 지나치게 많은 선택권과 면피수단을 제공하고 있다”며 “임대인과 임차인이 자발적 합의와 양보를 거쳐 스스로 상생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법은 야당의 반대로 아직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원문기사 : 허프 포스트


원본 기사 보기:서울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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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09 [12:35]  최종편집: ⓒ 시사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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